베트남 국회, 서열 2위 트엉 주석 해임…”당규 위반”
권한대행에 쑤언 부주석 임명…1년 2개월만에 2번째
취임 1년만에 불명에 퇴진…전임자도 작년 1월 사임
“부패연루·권력투쟁 가능성…정치·경제 불확실성 확대”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국가주석에서 1년여 만에 두 명이나 낙마했다.
새 주석이 선출되기 전까진 부주석이 권한을 대행하기로 했다.
낙마 배경을 두고 부패 문제와 권력 투쟁 등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혼란으로
베트남 경제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베트남 현지언론인 응어이 비엣 뉴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보 반 트엉(52) 국가주석에 대한 사임안을 통과시키고, 정식 절차에 따른 후임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보티 안 쑤언(54) 부주석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쑤언 부주석이 국가주석의 권한을 대행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지난해 1월 18일 응우옌 쑤언 푹 전 주석이 사임했을 때에도 같은 해 3월 2일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베트남의 외교·국방을 총괄하는 국가주석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권력서열 2위 자리다.
베트남 공산당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엉 주석이 당규를 위반해 사임안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엉 주석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1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트엉 주석의 전임자였던 푹 전 주석도 임기를 3년 앞둔 지난해 1월 사임했는데, 불과 1년 2개월 만에 두 명의 국가주석이
자리에서 물러나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는 이날 트엉 주석의 당규 위반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엉 주석은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79) 공산당
서기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쫑 서기장 주도로 강력한 반부패 운동이 진행되고 있어 축출을 당했거나
책임을 떠안고 퇴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푹 주석도 표면상으론 건강 문제를 주석직을 관뒀지만 부패 문제로
측근들이 해임된 책임을 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20년 이후 부패 문제 등으로 옷을 벗은 베트남 공무원이 4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트엉 주석이 과거 공산당 간부를
지냈던 꽝응아이성과 호찌민시는 각각 부패 문제와 초대형 금융 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트엉 주석의 친척도 600억동(약 32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엉 주석 사임에 권력 다툼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응우옌 깍 장 연구원 싱가포르 유소프이샥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트엉 주석의 사임이
내부 권력 투쟁의 시작일 수 있다며 2026년 차기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 다툼이 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엉 주석은 쫑 서기장의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1년여 만에 두 명의 국가주석이 중도하차하면서 베트남의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베트남 주재 외국기업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엉 주석 사퇴로 반부패 캠페인에 대한 공무원들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책·행정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앙 비엣 푸옹 SSI 증권 리서치 총괄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심리가 취약해졌다”고 했다.
차기 국가주석으론 또 럼 공안부 장관과 쯔엉 티 마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누가 국가주석이 되더라도 2026년 신임 지도부 선출 전까지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